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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표: 누가 회화를 두려워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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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성남작가조명전Ⅱ 김남표
《누가 회화를 두려워하랴: Who's Afraid of Painting?》

박은경┃성남큐브미술관 큐레이터

성남큐브미술관은 동시대 다변화된 미술 매체와 창작 환경 속에서도 끊임없이 회화의 본질을 탐구하는 서양화가 김남표(b.1970-)의 예술 세계를 조명하는 전시 《누가 회화를 두려워하랴: Who's Afraid of Painting?》를 선보인다. 김남표는 “회화(Painting)에서 ‘숭고(Sublime)’는 영원해야 한다.”는 회화적 지론을 바탕으로 미술계에서 ‘지독한 회화주의자’로 호명되는 작가이다. 김남표는 회화라는 미술의 고전적 매체에 천착하며, 캔버스 위의 구도자와 같은 태도로 회화의 본질에 다가서기 위한 ‘미술을 위한 미술(art for art’s sake)’에 집중한다.


at Aewol#1, 2025, Oil on canvas, 259.1x587.7cm

김남표는 회화를 ‘대상의 참다운 존재를 재현하는 행위’로 정의한다. 그의 회화는 단순한 이미지의 생산을 넘어 존재론적 탐구로 이끌며, 대상의 외형을 왜곡하지 않고 충실히 재현하면서도, 물성을 통해 현실 너머의 숭고함을 드러내는 ‘회화적 리얼리티(Painterly reality)’를 추구한다. 수사학적 언어가 아닌 오직 자신의 그림을 통해 회화적 깊이를 증명하는 김남표는 지난 30년간 아카데믹한 화풍과 극사실주의적인 묘사, 초현실적인 화면 구성, 인상주의 회화를 연상시키는 빛의 묘사와 색채 감각 등 다양한 회화적 기법과 재료적 실험을 전개하며 일찍이 독자적 화풍을 확립함과 동시에 한국 구상회화의 계보를 묵묵히 이어가고 있다.

Aewol Sea Drawing#9, 2024, Water color on paper,  29x42cm

전시 제목 《누가 회화를 두려워하랴: Who's Afraid of Painting?》은 현대미술에서 상실된 '숭고'를 자신의 회화예술을 통해 회복하고자 했던 미국 추상표현주의 화가 바넷 뉴먼(Barnett Newman, 1905-1970)의 작품명 <Who's Afraid of Red, Yellow and Blue?>에서 착안했다. 전시 제목에 내포된 기획 의도는 회화의 본질에 도달하기 위한 화가의 여정에서, 정신적 숭고미를 추구하는 것은 구시대적 관념이나 과거의 유산이 아닌, 동시대 미술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가치라는 것을 미술사의 가장 오래된 화두를 투영하여 바라보기 위함이다.

성남큐브미술관 전시에서는 김남표가 구현한 회화적 아우라와 물성을 느낄 수 있는 대형 신작 회화를 비롯하여, 2024년 프랑스 파리 시테 레지던시(Cité internationale des arts, Paris) 입주작가로 활동했던 당시 제작한 드로잉 작업과 제주에서의 실경 작업이 담긴 수채화 드로잉 등 미공개 작업을 함께 선보인다. 19세기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들이 응시했을 자연의 풍경을 김남표 작가 특유의 감성으로 재해석해 그려낸 수채화 드로잉은 전통적인 회화의 물성을 대표하는 유화와 또 다른 미감을 전할 것이다. 

Instant Landscape-Aewol sea#10, 2023, Oil on canvas, 193.9x259.1cm

특히 이번 전시는 출품되는 모든 작품이 ‘자연’을 그린 작품으로 구성되었다는 것에 주목할 만하다. 이는 2007년부터 시작된 김남표의 대표적인 작업 <Instant Landscape> 연작 중 산과 바다의 풍경을 담은 작업을 선별한 것이다. 자연의 풍경은 미술사 속 고전 회화부터 동시대 미술에 이르기까지, 무수히 많은 예술가가 작업의 소재로 삼는 대상이다. 미술에서 다루어진 풍경화는 단순한 실경(實景) 묘사와 감상적인 표현 아닌, 회화의 본질을 자연에서 찾았던 화가들의 오랜 역사와 함께 바라봐야 하는 존재이다.

서양미술의 ‘풍경화(landscape painting)’는 특정한 장소에서 화가가 자신의 시야에 들어오는 풍경을 그리는 것을 전제로 하는, 기본적으로 인간 중심의 ‘인문주의(Humanism)’에 기반을 둔 미술이다. 인상주의가 미술사의 중요한 사조로 평가되는 이유는, 사실적 화풍을 기반으로 신화와 문학, 종교, 역사적 주제를 그린 고전적인 그림만이 가장 순수하고 가치 있다고 여긴 당대 미술에 대한 사고를 배격했기 때문이다. 인상주의를 기점으로 회화의 중심은 다시 인간으로 돌아갔다.  

Instant Landscape-Aewol sea#20, 2025, Oil on canvas, 162.2x130.3cm

김남표가 끊임없이 자연을 그리는 이유는 단지 자연의 실존적 모습을 재현하기 위함이 아닌, 대자연에서 피부로 느낀 숭고의 경험을 순수한 미술의 조형 언어로 전하고자 함이다. 캔버스에 재현된 자연의 풍경과 빛의 표현은 실경 묘사의 차원을 넘어 관조의 대상으로 다가온다. 이는 ‘빛’이라는 비물질적 실체의 묘사를 통해 자연에 대한 경외심, 즉 ‘숭고’를 구현하고자 했던 회화의 본질을 환기한다.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시작된 ‘숭고’에 대한 철학적 담론은 근대 유럽 사상계의 큰 화두였다. 숭고는 철학뿐만 아니라, 미술을 비롯한 음악과 문학에도 큰 영향을 미쳤는데, 숭고의 개념이 미술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9세기 낭만주의 미술부터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가장 먼저 숭고를 수용한 미술의 장르는 '회화'였다. 당시 숭고에 대한 담론은 회화의 정체성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18세기 독일의 철학자 칸트(Immanuel Kant, 1724-1804)의 숭고 이론이 등장하기 전까지, 예술은 단순히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존재하는 가벼운 유희적인 존재로 여겨졌다. 하지만 칸트의 숭고 이론이 등장한 이후, 미술, 음악, 문학을 비롯한 모든 예술은 철학의 일종으로 격상되었고, 칸트의 숭고 개념은 회화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중요한 사상적 분기점이 되었다. 

Aewol Sea Drawing#6, 2024, Water color on paper,  29x42cm


칸트는 『판단력 비판 Critique of Aesthetic Judgement』(1790)을 통해 “유한한 존재는 진정한 숭고를 일으킬 수 없다.”라는 숭고에 대한 전제 조건을 발표하며 ‘무한성’이라는 개념을 숭고와 연결했다. 자연의 무한함과 대비되는 것은 바로 유한한 인간의 존재이다. 대자연 속에서,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어떠한 풍경 앞에서 나도 모르게 숙연해지는 듯한 감정을 느꼈다면 일종의 숭고미를 체험한 것이다. 김남표 작가의 모든 작업은 캔버스 화면을 넘어선 무한한 공간을 함께 상상할 수 있게 그려지는데 이러한 그의 회화성은 무한성을 강조한 칸트식 숭고를 표상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대작 중 하나인 <Himalaya #3>(2024)는 작가가 직접 히말라야 등반에 참여하며 피부로 느낀 강렬한 숭고의 경험을 회화로 표현한 작품이다. 미술관에 전시된 이 작품 앞에서 감상자는 모두 동일한 히말라야의 모습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작품 앞에서 자신만의 경험을 소환하며 각자의 현실에서 숭고를 찾고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는 작가가 추구하는 ‘수평적 숭고’의 실천이자 현대미술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단순한 미적 감동의 차원을 넘는 예술적 경험이 될 것이다.  

Himalaya phantom#2, 2024, Oil on canvas, 116.8x91cm

서양미술사에서 회화는 인간의 ‘그림자(Shadow)’를 재현하는 이미지에서 시작되었다. 고대 로마의 학자 플리니우스(Gaius Plinius Secondus Maior, 23-79)는 최초의 백과사전 『박물지(Naturalis Historia)』에서, 먼 길을 떠나는 연인을 기억하고자 벽에 드리워진 연인의 그림자를 따라 그린 것이 회화의 기원이라고 했다.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인문학자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Leon Battista Alberti, 1404-1472)는 그가 저술한 최초의 미술 이론서 『회화론(Della Pittura)』(1435)에서 그리스 신화 속 나르키소스(Narcissus) 이야기를 통해 회화를 정의했다. 수면 위에 비친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붙잡아 영원히 소유하려는 욕망, 즉 ‘그림자를 영속화하려는 것’이 회화의 기원이자 본질이라는 것이다. 찰나의 빛에 투영된 그림자를 예술의 힘으로 끌어안아 영원히 간직하려는 인간의 숭고한 욕망은 시대를 초월하는 회화적 본질일 것이다.



Instant Landscape - Moonlight Painting#3, 2022, Oil and graphite on canvas, 162.2x130.3cm

회화는 인간의 역사와 함께 시작된, 가장 오래된 미술이자 표현 양식이다. 19세기 카메라의 발명으로 사진이 등장하며 ‘회화의 죽음’이 언급되기도 했지만, 오히려 화가는 기술에 전복되지 않고, 재현 중심이었던 전통적 회화의 역할을 벗어나 인상주의, 입체주의, 개념미술 등 새로운 미술 사조를 탄생시키며 회화의 정체성을 지켜나갔다. 기술의 발전은 미술의 발전에도 공헌한 것임은 자명하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예술을 예술답게 완성한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닌 인간이라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 다시 재조명되는 회화의 본질에 대한 미술사의 오래된 질문과 그 속에 깃든 인문학적 가치를, 동시대 화가 김남표의 회화예술과 함께 바라보며 고찰해 볼 수 있는 전시가 되기를 바란다. 


“미술은 자연과 인간의 중개자로 나타난다.
 원초의 모델은 파악될 수 있기에는 너무나 거대하고, 너무나 숭고하다.”

-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Caspar David Friedrich, 1774-1840)














전시전경




[전시 개요]
· 전 시 명  : 2025성남작가조명전Ⅱ 《김남표: 누가 회화를 두려워하랴》
· 전시기획 : 박은경 (성남큐브미술관 큐레이터)
· 전시장소 : 성남큐브미술관 반달갤러리 
· 전시기간 : 2025.5.16.(금) - 7.13.(일) (*매주 월요일 휴관/무료전시)


[전시연계 프로그램] 
미술관 Art Talk② <큐레이터 & 작가와의 대화>

□ 주      제 : “예술과 시간(The Arts and the Hours)'
□ 일      시 : 2025. 7. 3.(목) 14:00~16:00
□ 장      소 : 성남큐브미술관 반달갤러리
□ 참여 작가 : 김남표
□ 진      행 : 박은경 큐레이터
□ 대      상 : 김남표 작가와 회화에 관심 있는 관람객 20명
□ 내      용 : “예술과 시간”이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전시 참여작가인 김남표 작가와 함께, 
                    동시대 회화를 미학적인 시각에서 다채롭게 사유하는 전시연계 프로그램

* 전시연계 프로그램 예약 링크:

※ 문의 : 성남문화재단 전시기획부(031-783-8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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